아이를 키우면서 “혹시 우리 아이, 자폐는 아닐까?” 하는 걱정은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아이가 말을 늦게 하거나, 눈을 잘 마주치지 않거나, 또래와 어울리지 못할 때 부모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특징이 자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의 걱정을 줄이고 정확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부모들이 자주 걱정하는 5가지 자폐 의심 신호와, 그것이 자폐와 관련이 있는지 구분할 수 있는 체크포인트를 함께 소개합니다.

1. 우리 아이, 말이 느린데 자폐일까요?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말을 늦게 시작하면 자폐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언어 지연은 자폐 외에도 다양한 발달 이유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3세 미만 영유아 중 약 10%가 언어 발달 지연을 보였으며, 이 중 대부분은 자폐 스펙트럼과 관련 없는 단순 언어 지연으로 나타났습니다.
🔍 체크포인트
- 자폐 아동의 언어 지연 특징: 단순히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소통하려는 의도가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물 줘”라고 해도 사물을 가리키거나 눈을 마주치기보다는, 특정 소리를 반복하거나 특정 단어만 반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일반적인 언어 지연의 특징: 아이는 눈맞춤, 몸짓, 소리 등 비언어적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원하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 반응이 있으며, 부모의 말을 이해하고 들으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 자폐보다는 단순 언어 지연일 가능성이 높은 경우
- 눈을 잘 마주친다
- 상황에 따라 웃거나 감정을 표현한다
- 부모의 말이나 지시에 반응하려고 한다
-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고개 끄덕임 등 비언어적 표현을 자주 시도한다
- 다른 사람의 말이나 표정을 모방하려 한다
2.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아요
눈 맞춤은 아이의 사회적 관심과 정서 교류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입니다. 생후 6개월이 지난 후에도 부모의 얼굴을 자주 보지 않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유심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체크포인트
-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눈맞춤 회피: 단순히 눈을 피하는 것을 넘어서,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 표정을 해석하거나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자신이 원하는 사물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폐 아동은 움직이는 장난감처럼 사회적이지 않은 자극에 시선을 더 오래 고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기질 차이(소심함, 수줍음 등): 새로운 사람에게 눈을 마주치는 것을 어려워하는 내성적인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익숙한 사람이나 편안한 환경에서는 점차 눈맞춤이 증가합니다.
✔ 기질 차이일 수 있는 경우
- 특정 사람과는 눈을 잘 맞춘다
- 편안한 상황에서는 자주 시선을 보낸다
- 장난감 놀이나 책 읽기 중 시선을 공유하려는 시도가 있다
-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돌려 반응한다
- 부모의 표정 변화에 따라 감정 조절을 시도하는 모습이 있다
3. 반복적인 행동을 자주 해요
손을 흔들거나(상동행동),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반향어), 일정한 루틴에 집착하는 모습은 자폐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이러한 행동이 불안감과 강한 고집을 동반할 경우에는 전문가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체크포인트
- 자폐 스펙트럼 아동의 반복 행동: 반복 행동의 강도, 빈도,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합니다. 특정 행동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변화에 대한 강한 저항을 보이며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무조건 일렬로 세우기만 하고 다른 놀이에는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 일시적 발달 과정의 반복 행동: 유아기에는 말을 익히거나 운동 능력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특정 행동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혹은 불안을 해소하려는 자기조절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 자폐가 아닐 수 있는 경우
- 새로운 장난감이나 환경에 쉽게 관심을 보인다
- 놀이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변형된다
- 상황에 따라 반복 행동을 멈추거나 전환할 수 있다
- 부모의 개입으로 비교적 쉽게 행동 전환이 가능하다
- 반복 행동이 전반적인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4.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해요
자폐 아동은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구들과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거나, 관심을 보이더라도 일방적인 접근 방식을 보이기도 합니다.
🔍 체크포인트
- 자폐 아동의 사회성 부족: 또래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함께 놀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놀이 중 규칙이나 협력이 없고, 감정 교류나 표정 반응이 현저히 부족합니다.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기만 하거나, 혼자만의 놀이에 몰두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납니다.
- 기타 가능성: 아직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 경험이 적거나, 매우 수줍음이 많은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선택적 사회 불안이 있는 아이도 초기에는 또래와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 자폐가 아닐 가능성이 있는 경우
- 나이가 어리거나 또래와 어울릴 기회가 적었다
- 수줍음이 많아 적응 시간이 필요한 경우
- 또래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있으나 방법을 모르는 경우
- 부모나 익숙한 성인과는 원활하게 상호작용함
5. 소리에 예민하거나 특정 감각 자극에 과민 반응을 보여요
자폐 아동의 상당수는 감각 자극에 과민하거나 둔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과도하게 놀라거나, 특정 소리나 촉감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자폐 아동의 약 90%는 하나 이상의 감각 처리 문제를 경험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 체크포인트
- 자폐 아동의 감각 민감성: 감각 민감성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합니다. 특정 소리에 극도의 공포를 보이거나, 특정 촉감(옷, 음식)을 견디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회피하는 행동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손으로 귀를 막거나 특정 소리만 반복해서 들으려는 경우입니다.
- 일시적인 감각 과민: 이유식을 시작하거나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적응하고 감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 일시적 감각 민감일 수 있는 경우
- 특정 시기에만 나타남 (예: 이유식 시작, 어린이집 입소 등)
- 환경 변화에 익숙해지며 점차 감소
- 감각 자극에 반응은 하지만 사회적 반응은 양호
-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점차 자극에 적응함
- 감각 문제로 불편을 표현하더라도 사회성과 전반 발달에는 큰 문제 없음
결론: “자폐일까 아닐까?” 판단보다 중요한 것
부모의 직감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폐는 단일 행동으로 판단되지 않으며, 여러 신호의 복합적인 패턴을 전문가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큰아들이 유치원 입학하고 몇 달 지나 담당 유치원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자폐일 수 있으니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듣고 큰 충격과 함께 아이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는 처음 경험한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모르겠다는 말과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모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여러분도 내 아이의 상태나 행동을 보고 한 번쯤 자폐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셨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조기 개입입니다. 아이의 발달에 대해 작은 의심이라도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 관찰과 기록: 아이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기록해두면 전문가 상담 시 큰 도움이 됩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를 남겨두세요.
- 전문가 상담: 소아청소년과, 소아정신과, 발달센터 등 전문 기관에 상담을 신청하세요. 발달단계 전반을 평가하고 필요 시 정밀검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 긍정적인 환경 조성: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고 탐색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일상 속에서 아이의 시도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주세요.
자폐 스펙트럼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조기 진단과 개입을 통해 아이의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며, 부모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에게 가장 알맞은 지원을 제공하고,
아이의 고유한 가능성을 함께 발견해 나가길 바랍니다.